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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호의 의정포커스] 밀실 공천의 종말, 데이터 민주주의의 서막 - AI 기반 공천 시스템 개혁이 정치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이유
  • 기사등록 2026-01-20 19:08:23
  • 기사수정 2026-01-20 21: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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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호의 의정포커스] 밀실 공천의 종말, 데이터 민주주의의 서막. 디자인=김현주 기자

[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


공천은 선거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선거는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른다. 그만큼 공천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그러나 현실의 공천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계파 중심의 이해관계, 밀실에서 이뤄지는 거래, 사적 인맥과 정치 자금이 작동하는 구조 속에서 공천은 ‘민주적 절차’라기보다 ‘권력 배분의 기술’에 가깝게 운용돼 왔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될수록 국민의 선택지는 줄어든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공천 과정에서 결정된 인물을 받아들이는 데 그친다. 공천이 블랙박스로 남아 있는 한, 선거의 공정성도 민주주의의 정당성도 온전히 확보되기 어렵다.



기득권의 온상, 공천이라는 블랙박스


공천은 정치권 내부 권력의 상징이다. 선거보다 더 치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천장을 누가 받느냐에 따라 정치인의 미래가 갈린다. 그만큼 공천은 오랫동안 기득권 정치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계파 정치에 따른 코드 맞추기, 인맥 중심의 전략 공천, 정치자금과 연계된 음성적 거래는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 민심과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당은 점차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인식된다. 국민의 선택은 형식적인 투표 절차로 축소되고, 민주주의의 본질은 훼손된다.



공천 개혁의 출발점은 기준의 공개다


공천의 문제는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를 결정하는지가 국민에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준이 보이지 않으니 결과에 대한 납득도 불가능해진다. 이 구조가 반복될수록 공천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권력의 산물로 인식되고, 정당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무너진다.


지금까지의 공천은 ‘종합 판단’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이 비공개로 처리돼 왔다. 무엇을 잘했는지보다 누구와 가까운지가 중요해 보였고, 왜 탈락했는지보다 누가 밀렸는지가 더 큰 설명력이 있었다. 기준이 불분명한 공천은 언제나 의혹을 낳고, 그 의혹은 정치 전체를 불신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이제 공천은 사람의 감과 정치적 셈법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기반한 시스템을 통해 평가 기준을 구조화하고, 그 기준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어떤 요소가 평가 대상인지, 그 비중은 어떻게 설정되는지,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지가 드러나야 한다.


이는 공천의 주체를 기계로 바꾸자는 주장이 아니다. 공천의 권한은 여전히 정당에 있다. 다만 그 권한이 임의적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판단의 출발점과 경로를 투명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기준이 공개될 때 공천은 더 이상 밀실의 결정이 아니라, 국민이 이해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정치적 절차가 된다.


공천 개혁의 첫걸음은 새로운 인물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선택할 것인지, 그 기준을 국민 앞에 드러내는 데서 시작된다. 기준 없는 공천은 언제나 불신을 낳지만, 공개된 기준 위에서 이뤄지는 공천은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



데이터가 묻고, 국민이 평가하는 공천 구조로


AI 기반 공천 시스템은 후보자의 정치 활동을 감각이나 인상으로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록과 행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책 전문성, 지역사회 기여도, 입법 활동, 공약 이행 여부, 공공성, 도덕성, 사회적 신뢰도 등 그동안 말로만 평가되던 요소들을 데이터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는 후보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축적된 행위’를 공천의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정치인은 선거 기간에만 등장하는 존재가 아니다. 지역에서 무엇을 해왔는지, 어떤 문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는지, 약속한 공약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했는지는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공직 경력과 지역 활동의 연속성, 지역 언론과 주민 평가 지수, 정책 발표와 입법 실적, 공약 이행률, 도덕성 관련 이력, 디지털 소통 활동 등은 이미 객관적 자료로 존재하며 충분히 데이터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지표를 인공지능이 종합 분석할 경우, 특정 계파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판단에 개입할 여지는 크게 줄어든다. 누군가를 ‘밀어주기’ 위한 공천이 아니라, 어떤 후보가 어떤 영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검증이 필요한지가 수치와 기록으로 드러난다. 공천은 더 이상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판단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데이터가 내부 자료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I 기반 공천의 핵심은 분석 자체가 아니라 공개에 있다. 국민은 후보자의 데이터를 통해 평가할 권리가 있고, 정당은 그 평가를 토대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데이터가 공개될 때 공천은 비로소 정당 내부의 결정이 아니라, 국민과 공유되는 정치적 과정이 된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 공천은 ‘선별’이 아니라 ‘검증’의 단계로 바뀐다. 국민은 데이터로 질문하고, 정당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렇게 공천은 더 이상 밀실에서 완성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평가 위에서 결정되는 민주적 절차로 재정의될 수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 정치의 최소 조건


정치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먼저 작동하는 것은 정치 과정이 공정하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지금의 공천 시스템은 이 신뢰를 쌓기보다 오히려 불신을 구조적으로 증폭시켜 왔다. 지역 민심과 괴리된 전략 공천, 계파 갈등의 결과처럼 보이는 보은 공천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넘어 정치 전반의 도덕성을 훼손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공천 방식이 반복되면서 ‘예외’가 아닌 ‘관행’으로 인식돼 왔다는 점이다. 공천 결과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고, 탈락의 이유는 모호하며, 낙점의 배경은 늘 추측에 맡겨진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는 정치적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선택지를 받아들이는 존재로 밀려난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데이터 기반 공천은 이러한 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정치가 어떤 기준과 책임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다시 설정하는 과정이다. 후보자의 능력과 공공성, 지역 기여와 책임성을 객관적 지표로 제시하고, 그 판단 근거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공천은 설명 가능한 절차로 바뀐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될 때, 공천은 더 이상 결과만 통보받는 과정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이 된다. 능력과 책임, 공공성이 중심이 되는 공천 구조는 정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신뢰는 선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투명한 기준과 설명 가능한 결정이 반복될 때, 정치에 대한 믿음은 다시 쌓일 수 있다.


AI·데이터 기반 공천은 정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왜 이 사람이 선택됐는지, 왜 저 사람은 탈락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정치로 나아가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설명 가능성 자체가, 지금 정치가 회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신뢰의 토대다.



“기계가 사람을 평가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하여


AI 기반 공천 시스템을 둘러싼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기계가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윤리적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데이터 역시 누군가에 의해 수집되고 설계되는 만큼 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가 숫자와 지표로 환원되면서 인간적인 판단과 맥락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 역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종종 핵심을 비켜간다. AI 공천의 목적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지금처럼 소수의 사람이 불투명한 기준과 이해관계 속에서 공천을 좌우하는 구조가 과연 더 인간적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제기돼야 한다. 인간의 판단이 언제나 공정하고 중립적이라는 전제 자체가 이미 현실과 거리가 멀다.


AI와 데이터는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견제 장치다. 사람의 주관과 정치적 셈법이 개입되는 영역에 최소한의 균형추를 더하자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 왜 적합한지, 어떤 점에서 검증이 필요한지를 기록과 지표로 드러내는 역할을 맡기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밝히는 도구에 가깝다.


중요한 점은 AI의 판단이 절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당의 정치적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다만 그 판단이 어떤 데이터와 기준 위에서 내려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결론을 강요하는 존재가 아니라, 판단을 설명 가능하게 만드는 참고 지표로 활용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이를 정치의 비인간화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밀실 결정이 반복될수록 정치는 비인간적으로 변한다. 데이터와 기준이 공개되고, 그 위에서 사람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때 정치의 인간성은 오히려 회복된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기계냐 사람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지금의 공천이 과연 국민 앞에 설명 가능한 구조인가 하는 점이다. AI 기반 공천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현실적 시도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불투명한 관행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는 훨씬 정직한 선택일 수 있다.


이러한 AI 기반 공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민 참여 구조가 필수적이다. 후보자별 정책과 이력, 평가 지표를 공개하고, 국민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평가 플랫폼이 마련돼야 한다.


시민단체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천 검증 체계, AI 알고리즘과 평가 기준에 대한 공개와 피드백 구조도 병행돼야 한다. 공천이 정당 내부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감시와 참여 속에서 이뤄질 때 그 정당성은 비로소 확보된다.



공천을 투표의 연장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진짜 선거는 투표일에 시작되지 않는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승부의 상당 부분은 결정된다. 공천이 소수의 권력자 손에서 밀실로 이뤄지는 구조라면, 아무리 공정한 선거 절차를 거친다 해도 그것은 불공정한 출발선 위에서의 경쟁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형식은 유지될지 모르지만, 그 내용은 공허해진다.


AI 기반 공천 시스템은 이 왜곡된 출발선을 바로잡기 위한 하나의 시도다. 밀실을 걷어내고, 계파 중심의 정치 문법을 약화시키며, 실력과 책임을 기준으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기술이 정치를 대신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정치가 더 이상 불투명한 관행에 기대지 않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정치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 없는 정치는 이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을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공천을 국민의 시선과 감시 아래 두겠다는 의지다. 기준을 공개하고, 과정을 설명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방향에 대한 결단이다. 공천을 더 이상 권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투표의 연장선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선택이다. 공천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 그 변화는 기술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정치의 태도와 책임으로 완성된다. 이제 그 선택을 더 늦출 이유는 없다.


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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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20 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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