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연 기자
지난 1월 13일 국회에서는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사회권보장불평등완화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아동보호의 전환을 위한 과제: 탈시설로의 전환을 위하여」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국회부의장비서실
[한국의정신문 류지연 기자]
국회에서 아동보호 정책의 근본적 전환 필요성을 짚는 논의가 이어졌다. 시설 중심 보호 체계가 지닌 한계를 넘어, 아동의 권리와 삶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가정형 보호’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1월 13일 국회에서는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사회권보장불평등완화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아동보호의 전환을 위한 과제: 탈시설로의 전환을 위하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 법조계, 언론, 현장 당사자들이 참석해 현행 아동보호 체계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학영 부의장은 개회사에서 “아동에게 가정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사랑을 배우고 신뢰를 형성하며 존엄을 익히는 삶의 첫 학교”라며 “탈시설은 단순히 시설을 없애는 문제가 아니라, 아동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보장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보호의 이름으로 아동을 시설에 장기 수용해 온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분명히 제기된 것이다.
좌장을 맡은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정책이 ‘보호’라는 명분 아래 아동을 가정과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해 왔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진정한 아동보호는 아동이 보호받을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가능한 한 가족 환경 또는 그에 상응하는 환경에서 자랄 때 실현된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김선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 기조의 전면적 전환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시설 보호를 당연시해 온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관계와 일상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가정형 보호’로 전환해야 한다며, 시설은 보호의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시설을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기관으로 전환하는 실행 모델 마련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탈시설 과정에서의 인권 보장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김희진 변호사는 탈시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설 내 아동의 인권이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며, 관리 편의 중심의 생활 규칙이 아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아동이 규칙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종사자와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강정은 변호사는 아동 의사에 반한 분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호 체계의 단기·한시적 원칙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양육 환경의 잦은 변화 방지를 위한 정기적 검토, 시설 퇴소 이후 자립을 지원하는 통합적 전달 체계 구축, 아동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정대리권 제도의 적극적 활용 방안 등이 논의됐다.
실제 시설 거주 경험을 밝힌 당사자의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천하율 씨는 시설 생활이 안전과 의식주 제공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단체생활 유지라는 명목 아래 개인의 상황과 목소리가 후순위로 밀려났던 경험을 전하며, 아동 한 명 한 명의 삶을 존중하는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다은 시사IN 기자는 현행 시설 규칙이 관리 편의적으로 운영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자의적 포상·처벌 규정 개선, 아동 권리 선언과 차별금지 조항 명시,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약물 사용 지침, 인권 보호 조항의 제도적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호 체계 전반의 작동 원리와 기능 배치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 인프라 구축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기존 민간 시설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주 양육자 체계와 근로기준법 간의 충돌 문제도 논의됐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돌봄 노동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별도의 직군 설정 등 노동 규범 내 유연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토론회는 아동보호 정책이 시설 중심 보호에서 벗어나, 아동의 권리와 삶의 질을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회 논의가 실제 제도 개선과 정책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