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아 기자
고창군 김성수의원 사진=전북특별자치도의회
[한국의정신문 윤민아 기자]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내 창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조성했다고 홍보해 온 약 1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가 당초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성수 의원(고창1)은 일부 벤처펀드가 규약을 위반하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투자를 진행했음에도, 전북자치도가 이를 제대로 통제·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벤처펀드 운용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전북자치도는 그동안 도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약 1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혀왔으며, 김관영 도지사 역시 지난 1월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를 주요 도정 성과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조성 규모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민의 세금이 투입된 펀드가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제기된 펀드는 ‘전북 지역 AC세컨더리펀드(1호)’로, 총 150억 원 규모를 목표로 조성 중인 벤처펀드다. 이 펀드는 전북자치도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총 15억 원을 출연해 도내 이차전지 관련 창업기업에 최소 30억 원을 투자한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다. 그러나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북자치도의 출연금은 이미 10억 5천만 원이 집행됐음에도, 도내 기업에 대한 투자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현재까지 조성된 약 75억 원 가운데 66억 원 이상이 타 지역 기업에 투자됐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도내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정작 전북 기업에는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대부분의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펀드 운용 과정에서 규약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펀드 규약에는 투자 대상 기업이 이차전지 분야의 터프테크 기술을 보유하고, 업력 3년 이내이거나 연 매출 20억 원 이하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실제 투자 기업 중에는 이 기준을 명백히 벗어난 사례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북자치도가 출연자로서 규약에 따른 투자 통제 기능을 사실상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했다. 일부 투자 대상 기업이 펀드 조성을 위한 개인 출자자와 주주 관계 등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행정 미흡을 넘어 배임 여부까지 검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관련 규약과 투자 심사 자료를 검증하기 위해 전북자치도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도가 ‘공개할 수 없는 자료’라는 이유로 제출을 지연하고 있는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도민의 세금이 투입된 공적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검증 요구에 자료 제출을 미루는 것은 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김 의원은 “전북자치도가 1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했다고 자랑하기 전에, 그 펀드들이 과연 규약과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부터 도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개별 펀드에 대한 해명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전북자치도가 출연한 전체 벤처펀드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통해 운용 실태와 관리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논란은 전북자치도의 벤처펀드 정책이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공공 자금 운용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민의 혈세로 조성된 벤처펀드가 명실상부한 지역 산업 육성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전북자치도의 책임 있는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