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민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연구개발 규제 혁신법’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 제공= 국회
[한국의정신문 두민철 기자]
국가 연구개발(R&D) 현장을 옥죄어 온 경직적 예산 규제가 제도적으로 완화된다. 연구 환경 변화와 예기치 못한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손대기 어려웠던 연구비 구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연구자 중심의 R&D 생태계로 전환하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연구개발 규제 혁신법’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연구개발 현장의 규제를 해소하고, 경직적으로 운용돼 온 연구개발비 집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직접비가 부족할 경우 간접비를 활용해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문화한 데 있다. 앞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연구개발기관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직접비 부족분을 간접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연구 현장에서는 연구 방향 변경, 원자재 가격 상승, 실험 환경 변화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도 예산 항목 간 조정이 쉽지 않아 연구 수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간접비와 직접비 조정 문제는 연구자들이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대표적인 ‘현장 규제’였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부처와 연구기관 간 해석 차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연구 일정이 지연되거나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이어져 왔다. 이번 개정으로 간접비 조정에 관한 사항이 법률에 명시되면서, 연구자들의 예측 가능성과 연구 자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황정아 의원은 그동안 국회와 현장을 오가며 “연구자는 연구가 아니라 규제와 싸우고 있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그는 “연구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예산과 규정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연구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황 의원은 “연구현장의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연구개발 규제 혁신법이 통과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을 단순한 예산 운용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R&D 정책 철학의 전환으로 평가한다. 사전 규제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묻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자에게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구조로, 글로벌 연구 환경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이라는 분석이다.
황 의원 역시 “앞으로도 R&D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 대전환해, 현장 연구자들이 오롯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출산과 돌봄, 노후 일자리, 문화 향유의 공정성, 그리고 연구개발 현장의 자율성까지. 최근 국회의 입법 흐름은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현장의 현실을 제도가 따라가고 있는가. 연구개발 규제 혁신법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답이다. 연구자가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주체로 존중받는 구조로의 전환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힌다.